[확대경] 녹슬지 않은 야구천재 이종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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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3년7개월여 만의 국내 복귀전' . 이종범(기아)은 공.수.주 삼박자를 모두 갖춘 폭발력이 살아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 시절' 의 활화산같은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전날 스스로 걱정했던 대로 '배팅 스피드' 가 전성기만큼 빠르지 못했다.

그는 2개월여의 공백을 의식, 전성기보다 약 20g이 가벼운 8백70g짜리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고 첫 타석부터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췄다. 상대 투수가 변화구 위주의 김원형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자신이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기에는 아직 스윙이 느리다는 것을 의식한 듯했다.

첫 타석에서 변화구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만들어낸 이종범은 3회 두번째 타석에서는 2구째 바깥쪽 빠른 공에 배트가 밀리면서 2루수 정면으로 가는 병살타를 때렸다. 또 6회와 8회에도 체인지업과 직구에 타이밍을 못 맞추고 내야땅볼로 물러났다. 흔히 '촉(觸)' 이라고 부르는 배트 끝이 날카롭지 못했다.

이종범은 수비에서는 특유의 다이내믹한 동작을 보여줬다. 5회 이호준의 안타성 타구를 처리한 것과 6회 채종범의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강한 어깨로 1루에 빨랫줄같은 송구를 보여준 것은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동작이었다.

이종범은 "아직 50% 수준이다. 타이밍이 제대로 맞지 않았고 일본 야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비는 만족한다. 5게임 정도 뛰면 적응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인천=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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