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반인종차별 의제 놓고 세계가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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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유엔 반(反)인종차별회의의 의제를 놓고 세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참이다.

◇ 갈등의 핵심은 의제=〓이스라엘의 건국이념인 시오니즘과 노예제도.식민통치에 대한 사과 및 보상 문제가 가장 큰 논란거리다.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를 빼앗았다고 여기는 아랍 국가들은 시오니즘을 인종차별주의로 규정해 중요 의제로 다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이 수세기 동안 아프리카 주민을 납치해 노예로 삼은 과거에 대한 보상문제를 다뤄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식민 통치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노예문제만 껄끄러워하지만 미국은 두 가지 모두에 반대한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온 미국은 "특정 국가를 비판하지 않는 것이 인종차별회의의 관행" 이라면서 시오니즘 거론을 반대했고, 또 "노예제도는 과거 문제로 회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는 논리를 내세웠다.

갈등이 격화하자 미국은 최근 "이들 두 가지가 의제로 채택되면 회의에 불참하겠다" 고 위협하고 나섰다. 미국은 시오니즘이 의제에 포함됐던 1978년과 83년 회의에 불참한 적이 있다.

◇ 일 교과서 왜곡 문제는 포함돼=두 개 의제가 논란을 빚는 것과 관계없이 이번 회의에서 채택될 선언문과 행동계획 초안엔 식민시대의 과거와 최근 역사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고 제네바 현지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행동계획 초안은 또 교육시행에 필요한 입법.행정 조치 등을 채택.실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왜곡 교과서 재수정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압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서울=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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