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대형할인점 애완견 맡길 곳 있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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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집 근처 대형 할인매장을 찾았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식료품 매장에서 개를 안고 쇼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부부가 개를 쓰다듬던 손으로 진열된 식품을 만져보곤 해 혹시나 개 털이 빠져 식품에 묻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어 진열대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매장 책임자를 찾아가 개를 매장에서 내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뭐 그런 것을 다 따지느냐' 는 반응이었다. 거듭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나만 머쓱해졌다. 하지만 내가 항의하는 동안 주변에 둘러선 다른 손님들이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나 혼자만 불쾌하게 느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집에 개만 남겨두고 쇼핑하러 나오기가 힘들 수 있다. 또 요즘은 인권 못지 않게 견권(犬權)도 중시하는 시대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고, 또 나처럼 개가 불결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대형 할인매장 안에 애완동물을 맡기는 곳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일 것이다.

우승남.서울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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