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기금은 "적극 투자" … 헤지펀드는 "안정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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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연기금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헤지펀드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반면 공격적 투자의 대명사인 헤지펀드는 갑자기 많은 돈이 몰리자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지금의 두 배로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마크 앤손 캘퍼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캘퍼스 투자위원회에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 비율을 높일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캘퍼스는 최근 주식시장이 정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금액을 20억달러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종 투자규모는 15일 열릴 예정인 캘퍼스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자산운용 규모가 1660억달러(약 182조원)인 캘퍼스의 투자패턴은 미국 내 다른 연기금의 투자패턴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한다. 캘퍼스는 2년 전부터 헤지펀드 투자를 했다. 투자규모는 지난 9월 말 현재 9억2500만달러이고 연말까지 1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캘퍼스에 투자자문을 해 주고 있는 윌셔 어소시에이츠의 마이클 술라흐터 이사는 "헤지펀드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점진적이고 선택적으로 투자하도록 캘퍼스 측에 권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해온 캘퍼스가 헤지펀드 투자비중을 높이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캘퍼스 외에 미국의 대형 기관(연기금 포함)들의 자금 운용패턴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매사추세츠주연금은 16억달러 이상을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고, 월가에서 신중하기로 소문난 JP모건은 지난 9월 하이브리지 캐피털의 지분 대부분을 13억달러에 인수하며 헤지펀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리먼브러더스도 런던의 GLG파트너스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으며 씨티그룹은 100억~200억달러를 헤지펀드로 운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기관투자가들이 속속 진출함에 따라 헤지펀드 시장은 4년 전의 두배 수준인 8900억달러(약 1000조원)로 늘어났다. 갑자기 많은 자금이 몰려 경쟁이 심해지면서 몇 년 전까지 10%대였던 수익률은 올 들어 평균 3%대로 떨어졌다.

대형 헤지펀드들은 과도한 위험을 감수해 가며 고수익을 챙기던 기존 투자전략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궤도 수정'을 하고 있다. 과거 틈새 시장을 공략해 고수익을 올리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진 것이다.

또 헤지펀드의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가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손해를 보는 것을 원치 않는 것도 헤지펀드 투자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헤지펀드의 수수료 관행인 '운용 수수료 1%, 성과 수수료 20%'의 공식도 깨지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운용수수료를 늘리는 대신 성과수수료는 줄이는 추세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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