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공무원 늘려 일자리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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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명박 정부의 기본은 ‘작은 정부, 큰 시장’입니다. 공무원 숫자를 가능하면 늘리지 않고….”

“(말을 자르며) 일자리가 중요한데, 작은 정부 큰 정부가 무슨…. 국가부터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데 누가 늘리겠습니까.”

“그건 공무원 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얘기고, 그 대신에….”

“(또 말을 자르며) 공무원 숫자부터 늘리라는 얘기예요.”

“아, 그래도 좋습니까? 정말 공무원 숫자를 막 늘려도 좋습니까?”

순간 회의장은 웃음소리로 뒤덮인다.

KBS-2TV의 ‘개그콘서트’의 한 토막일까.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 오간 질의·답변이다. 웃자고 한번 해본 말이 아니라면, 잘 모르거나 무책임한 질문인 셈이다. 배석했던 재정부의 한 간부는 “공무원을 늘려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모두 다 공무원화(化)하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청년인턴이나 희망근로처럼 최악의 고용상황을 피하기 위해 직접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다. 질의한 의원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에서 정부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실소를 자아내는 질문은 또 이어졌다. 여당의 한 의원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대책을 얘기하면서 ‘DTV’를 조금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는 주문을 했다. 재정부 공무원들, 처음 듣는 개념에 한 순간 긴장했다. 하지만 말하는 맥락에 비춰 주택가격 대비 담보대출 비율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소득에서 연간 부채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혼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권자들은 책임 있는 선량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바람은 이번 국회에서도 실현될 것 같지가 않다. 작은 말실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번 국회에 의원들이 제출한 수십 건의 세금 관련 법안은 모두 감세(減稅) 쪽이다. 모두 통과되면 6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 효과가 있다. 재정 건전성을 따지면서 동시에 세수를 줄이는 법안을 쏟아낸 것이다. 이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 아닌가.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