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장협의회 엄영석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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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중앙부처에 알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지난 20일 부산 ·울산 ·경남 ·제주지역 총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엄영석(嚴永錫 ·64)동아대 총장은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嚴총장은 “앞으로 지방대학의 교육환경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의 대학들과 힘을 합쳐 ‘지방대학 살아남기’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대학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교육정책의 중앙집중이 가장 큰 문제이다.예를 들어 'BK(두뇌한국)21' 은 서울지역의 한두 개 대학에 집중 지원된다. 이는 사회 전체가 다양화하는 시대 추세에 맞지 않는다.이 때문에 지방의 학생들이 지방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서울로만 가려고 한다."

-대학교육 현실에서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정부의 교육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지방 사학의 경우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원조정·등록금 책정 ·교육과정 신설 등에 규제가 너무 심하다.규제가 많으면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나가지 못한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대학의 근본 문제는 한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협의회 소속 대학들이 공동으로 머리를 짜내고 실천해야 한다. 참여 대학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공동 현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동안 정부 정책의 큰 변화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변화가 많을 것이다.임기 동안 지방대의 시급한 문제점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중앙과 지방의 대학간 경쟁력 차이를 극복할 방안은.

“중앙 ·지방간 경쟁력 차이가 너무 크다. 정부가 그 간격을 좁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인재 풀’제도를 도입해 지방출신 인력을 지방에서 채용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지방 개업 또는 근무도 생각해 볼 문제다. 예를 들면 부산출신이 변호사 자격증을 따면 부산에서 개업하도록 하는 식이다.”

-지방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협의회 소속 대학들이 영어 중심의 교육에 치우쳐 왔다.그러나 부산 ·경남 ·제주 지역은 동북아 물류 중심지이다. 최근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 ·중국 상해시를 잇는 국제관광벨트 조성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제주는 국제 관광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면 영어도 중요하지만 일어 ·중국어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대학간 긴밀하게 협의해 학생들이 일어 ·중국어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협의회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동병상련하는 지방대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모임 때마다 지방대의 현안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겠다. 전문가를 초빙해 주제발표도 하고 토론회도 열겠다.각 대학이 돌아가면서 협의회를 열도록 해 각 학교의 장단점을 서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부산이 국제화 도시가 되려면 교육 ·문화의 발전이 기본 요건이다.현재 부산 ·경남은 교육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는 것 같다. 부산경제가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만큼 교육이 부산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한다.부산의 각 기관이나 시민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산 ·학 ·관 협력이 잘 되도록 분위기를 북돋워야 한다.‘지방대 발전이 지역발전의 백년대계’라는 인식을 해야한다.”

부산 ·울산 ·경남 ·제주지역 대학 협의회에는 25개 대학 총장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嚴총장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7월30일까지 회장직을 맡는다.

嚴총장은 경제기획원 기획국 근무를 거쳐 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한국경제교육학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99년 3월 동아대 총장에 취임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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