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내 방미 남북관계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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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황장엽(黃長燁.얼굴)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23일 "(나는)일반 국민과 같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 며 정부에 자신의 미국 방문 허용을 요구했다.

지난 1일 미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방미(訪美)초청과 우리 정부의 사실상 불허방침으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黃씨가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黃씨는 함께 망명한 김덕홍(金德弘)씨와 공동명의로 탈북자동지회(http://nkd.or.kr) 인터넷 사이트에 실은 '최근의 비판 글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란 글에서 "우리는 우리의 방미가 국가의 이익, 즉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수락했다" 고 밝혔다.

그는 "지금 다수의 국민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건전한 남북관계 발전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특히 黃씨는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필요한 외교절차를 지키는데서 부족한 점을 발로시켰다면 그것은 외교경로를 통해 바로잡으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黃씨의 이런 방미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신변보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방미를 허용할 수 없다' 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방미를 둘러싼 黃씨와 정부간의 마찰이 심화하면서 한.미 양국간 외교갈등의 향배가 주목된다.

한편 黃씨는 이 글에서 자신의 방미를 비판한 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최근 언론기고를 조목조목 반박했으며, 이에 대해 李씨는 "황장엽씨가 미국에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며, 그의 반론에 대해 언급할 생각이 없다" 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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