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신예 건축가 이색설계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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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건축은 종합예술입니다. 우리는 2차원에서 설계한 것을 3차원에서 표현하고 그것을 4차원에서 고찰합니다.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으로 주민들의 생활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

북한의 신예 건축가 이준혁(38)씨가 밝힌 건축에 대한 견해다. 李씨는 지난 5월 '21세기에 상응한 살림집' 이란 주제로 평양에서 열린 '건축 축전' 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의 수상작품 '옥류' 는 주민들이 칸막이를 자유자재로 옮기며 방 모양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가변성 살림집' 을 설계한 것으로,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李씨는 최근 재일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주민들의 가족구성이나 생활양식이 변하면 살림집도 여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어야 한다" 면서 "설계에서 가구당 건축면적만 정하고 방 숫자에는 유연성을 부여했다" 고 밝혔다.

수상작품의 가구당 건축면적은 1백37㎡이고, 살림집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가족들이 각자 구미에 맞게 방을 꾸미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李씨는 '편리하고 든든하며 아담해야 한다' 는 건축의 기본 요건을 21세기에 걸맞게 살리면서,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과 정보통신망 도입 등도 담았다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현재 백두산건축연구원에 소속돼 있는 李씨의 원래 꿈은 화가였다.

그러나 졸업후 그는 평양건설건재대학에 진학, 미술적 재능을 건축에 접목해 '예술적 건축가' 로의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백두산건축연구원의 한 간부는 "李씨는 컴퓨터로 살림집 설계도안을 할 뿐 아니라 각 분야의 신진 기술자들과 전문용어로 토론할 줄도 아는 뛰어난 인재" 라며 "앞으로 그의 설계에 기초한 살림집이 북한 전역에 세워질 것" 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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