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북한엔 '토끼탕'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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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 주민들은 여름철에 어떤 음식을 즐길까. 가장 대중적인 것은 냉면이다. 북한 냉면은 크게 평양.함흥냉면으로 나눠진다.

북한에서 냉면집으로는 평양의 옥류관.청류관, 함흥의 신흥관이 유명하다. 이들 냉면집은 여름철이면 냉면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옥류관의 냉면 가격이 한 그릇에 5원50전(노동자 한달 평균 봉급 1백원)으로 일반 주민들이 자주 들락거리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토끼곰' '닭곰' '단고기' 등을 찾는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곰' 은 북한에서는 탕(湯)에 해당하는 말이다. 토끼곰이 애용되는 것은 평양시내를 제외한 북한 전 지역의 기업소.학교.가정에서 주민들이 길러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계탕과 비슷하게 밤.인삼.찹쌀 등을 토끼고기와 넣어 만드는 것으로 여름철뿐 아니라 1년 내내 집에서 먹을 수 있다.

남한의 삼계탕에 해당하는 '닭곰' 은 남한과 달리 인삼을 넣지 않고 어린 닭 대신 주로 다 자란 큰 닭을 고아 만든다. 특히 사위가 오면 장모가 이를 해주는 것으로 주민들 사이에 인식돼 있다고 한 탈북자는 전했다.

'단고기' 는 개고기를 북한에서 부르는 말로 '개기름이 발 뒤축에 떨어져도 몸이 좋아진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 건강관리에 좋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1993년 2월에 발간한 '조선요리' 는 '단고기는 말 그대로 그 맛이 달고 영양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소화흡수가 잘 돼 건강에 대단히 좋다' 고 표현할 정도다.

하지만 개 한마리가 5백~6백원 정도 할 뿐더러 식당에서 파는 1인분 개고기 가격이 2원50전으로 노동자들은 월급에 비해 비싼 편이라 먹기가 쉽지 않다.

이 외 건강음식으로 콩물.콩비지가 있다. 콩물은 텃밭에서 재배한 콩을 삶은 국물이며, 콩비지는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으로 만든 것으로 북한 주민들이 손쉽게 즐겨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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