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창작물 개인 소유' 첫 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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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4차회의에서 채택한 저작권법 전문이 공개됐다.

관계당국이 입수한 북한 저작권법은 가공무역법 등과 함께 북한의 대외개방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주목되고 있다.

6장 48조로 이뤄진 저작권법은 '저작권자는 저작물에 대한 인격적.재산적 권리를 가진다' (13조)는 대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의 이름으로 창작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그것을 창작한 자가 가진다' (16조), '저작권자의 재산적 권리는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거나 상속할 수 있다' (21조) 등을 명시해 저작자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저작권법이나 민법상에 저작권 관련조항이 없어 저작자 개인에 대한 실질적 보호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법제정을 계기로 개인권리의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이번 법제정을 '개인소유의 확대' 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법제정은 북한이 1998년 9월 채택한 개정헌법 24조의 '개인소유 인정' 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터밭경리를 비롯한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과 그밖의 합법적인 경리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도 개인소유에 속한다' 고 규정했는데, 저작권법은 바로 '그밖의 합법적인 경리활동' 에 따른 권리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홍성국(洪性國)경제과학담당관은 "북한 저작권법은 지적재산권의 개인소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 남한을 비롯한 대외용의 성격이 강하다" 고 말했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간 문화교류가 확대되고 출판물.영화.음악 등 북한 예술작품이 남한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주장해 실리를 얻겠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이는 '저작권 사업에 대한 국가의 지도.통제' (41조)를 강조한 점이나 저작권 이용요금을 국가의 '가격제정기관' 이 맡도록 한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91년 북한 사회과학원이 펴낸 『리조실록』(총4백여권)을 남한 출판사가 복제출판하자 '용서할 수 없는 행위' 라는 항의문을 보내온 것을 시작으로 남측 출판사나 음반업체에 저작권을 주장해 왔다.

북한이 현재 가입한 저작권 관련 국제기구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뿐으로 97년 말까지 북한이 WIPO에 신청한 특허건수는 총 2만5천4백여건, 상표는 2천4백여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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