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평양 태도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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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병력감축 계획은 아시아보다는 유럽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됩니다. "

한국전략문제연구소(소장 홍성태)가 주관하는 안보세미나 참석차 지난 18일 한국에 온 미 해군대학 소속 군사전문가인 조너선 폴락 박사는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랜드 연구소 등에서 20여년간 아태지역 안보문제를 연구해 왔다.

- 미국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겨냥한 이지스 함정을 언제쯤 동해에 배치할 것인가.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는 한 미국은 우방을 보호하기 위해 이지스급 함정을 동해에 배치할 수밖에 없다. 그 시기는 수년 후가 될 것이다.

만일 평양이 미사일 발사 등 모험을 강행할 우려가 높아지면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국방예산이다. 만일 부시가 의료 및 교육개혁 등으로 미사일방어(MD)망 추진에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배치 계획도 자연 늦춰질 것이다. "

-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것보다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클린턴과 비교할 때 부시 행정부가 차이가 나는 점은 협상을 위한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클린턴은 구체적인 성과도 없이 평양과의 협상에 지나치게 집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시는 핵.미사일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보장될 때만 협상을 하고자 할 것이다.

클린턴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사일 문제를 포함, 평양의 근본적인 태도변화가 전제되지 않는한 북.미 관계는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

- 한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북.미 대화 의제에 재래식 전력을 포함시킨 것을 언짢아 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1993년부터 주한미군은 워싱턴이 핵.미사일에만 관심을 쏟고 정작 자신들을 위협하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는 관심이 없다고 불평해왔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침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의 이같은 불만을 정책에 반영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방인 한국과의 협의는 소홀히 한 것 같다. "

-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 안보전략 구상 발표가 늦춰지는 이유는.

"펜타곤 내에 두개의 생각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신임하는 앤드루 마셜 정책평가국장은 중국이 장차 미국의 잠재 적국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해외 미군기지들이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태평양사령관인 데니스 블레어 제독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또 해외주둔 미군이 전쟁 위협을 충분히 억제할 정도로 강하다고 믿고 있다. 오는 9월 말에 국방부의 전략지침이 발표될 것이나 미국의 중장기 전략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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