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유치장 화장실 칸막이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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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앞으로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 칸막이가 1m 이상으로 높아진다. 변기도 좌변 수세식으로 모두 개조된다.

경찰청이 20일 일선 경찰서에 내린 지시에 따라서다.

'들여다 보이는 유치장 화장실은 위헌(違憲)' 이라는 전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이뤄진 조치다.

'경찰서 유치장 내 화장실이 칸막이나 차폐시설이 없어 사용자들이 옷을 벗고 용변을 보는 모습이 주변 사람과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노출되는 데도 유치인들의 이용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다' .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金曉鐘재판관)의 결정문 내용이다.

전국 2백30개 경찰서 유치장 풍경을 바꾸게 한 이 결정은 한 여성의 '시민 권리 찾기' 의 승리였다.

지난해 6월 18일 야근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서울 구로구 H사 노조원들의 새벽 시위현장을 지나다 경찰에 연행됐던 宋모(31.임상병리사)씨.

시위 가담 혐의로 영등포 경찰서에 구금된 그녀는 유치장의 탁 트인 화장실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옷을 내릴 때는 건너편 남자 유치장의 '보호관' 이 정면으로 보였고, 쪼그려 앉은 뒤엔 함께 수용된 미결수들과 얼굴이 마주쳤다.

"높이가 40㎝에 불과한 칸막이 때문에 이틀 동안 제대로 용변을 보지 못했어요. "

48시간 뒤에 풀려난 그녀는 동네 청년회 모임에서 변호사를 소개받아 지난해 8월 친구와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경찰측은 "유치장 내 자해(自害)사건 또는 범죄 발생의 우려가 있다" 고 감시가 가능한 낮은 칸막이를 변론했다. 칸막이가 전혀 없는 미국의 유치장 시설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1년 뒤 헌재는 宋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찰이 밝힌 현재의 유치장 화장실은 재래식 21개, 수세식 2백8개, 좌변기가 설치된 수세식이 1백9개다. 칸막이 평균 높이는 60~70㎝.

성호준.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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