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오카리나 리듬 속 더위 잊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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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15일 오후5시 부산 용두산공원 광장. 10∼20대 초반의 젊은이 수십 명이 목에 휴대폰 대신 손바닥만한 악기를 걸고 둘러 서 있는 가운데 한 명씩 앞에 나와 악기를 분 뒤 자리로 돌아간다.

맑고 영롱한 소리가 퍼져나가자 주변의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몰려든다.연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아지경에 빠진 듯 했다.

‘부산오카리나 동호회’가 오카리나를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야외공연은 1시간 동안 계속됐다.오카리나는 흙으로 만든 악기이다.

이 동호회는 지난해 10월 결성됐다.80여명의 회원 대부분은 대학생과 직장인이다.중고생도 10명 남짓된다.

회원들은 집에서 혼자 오카리나를 연습하거나 중구 보수1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모여 불기도 한다.

1주일에 한 번씩 용두산공원에 모여 야외공연을 한다.방학 때는 매주 2차례 모여 연주 기법을 서로 주고 받는다.

동호회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ocarinaclub.com/busan/)를 운영하면서 오카리나로 연주하기 좋은 노래와 연주법 등을 서로 알려준다.

가끔 외부 초청도 있다.오카리나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쇼핑몰 ·사회단체 등에서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연간 2차례는 제법 격식을 차린 연주회도 연다.

이승욱(李升旭 ·2 ·회사원)회장은 “오카리나는 배우기가 쉽고 악보를 볼 줄 몰라도 불 수 있다”며 “음악에 별다른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운지법이 간단해 한달만 배우면 연주를 잘한다”고 말했다.그는 “오카리나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악기”라고 자랑했다.

오카리나의 최고 매력은 역시 소리이다.

맑고 아름답고 우아하다.조용한 산속에서 불면 소리가 2∼3㎞까지 퍼져나간다.

서정일(徐禎一 ·부산중3)군은 “오카리나는 장소에 따라 다르게 들리고 부는 사람과 듣는 사람도 서로 다르게 느낀다”며 “오카리나를 불 때의 기분은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徐군은 친구한테서 오카리나 악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을 뒤져 동호회에 가입했다.배운 지 한 달밖에 안됐지만 ‘대황하’ ‘태양을 향한 흐름’ 등 오카리나 전용연주곡을 제법 즐기면서 연주한다.

오카리나는 국내에서 여러 사람이 만들고 있다.

부산에서는 한오카리나(http://www.hanocarina.com)가 제조해 인터넷으로 판매한다.가격은 6만∼12만원.

한오카리나 직원 이태우(李泰雨 ·27)씨는 “오카리나는 도자기 원료인 청자토로 만든 것이어서 감촉이 좋고 자연을 소리를 낸다”고 소개했다.

◇오카리나는=점토 ·청자토 ·백자토로 만든 취주(吹奏)악기이다.

위쪽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입에 물고 불며,그 뒤에 울림구멍이 있다.손가락 구멍은 8∼10개이고 온음계이지만 손가락으로 조절하면 반음계도 낼 수 있다.

오카리나는 19세기말 이탈리아의 도나티가 발명했다.이것과 같은 원리로 된 악기로는 중국 고악기에 공모양의 훈(塤)이라는 악기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오카는 거위,오카리나는 작은 거위를 뜻한다.따라서 대개 거위모양이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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