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려 부담"…"손님 붙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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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상호저축은행들이 전례없이 예금 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좇아 몰려드는 예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반대로 시중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연 4%대의 특판예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저축은행 간의 금리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은 거래 은행의 건전성을, 시중은행은 상품 가입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저축은행 내리고=저축은행들은 지난 8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한 뒤 거의 매달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한 때문에 돈이 계속 몰려들지만 경기 침체로 마땅히 굴릴 곳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무산, 성매매특별법 시행 여파 탓에 대출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서울 지역만 해도 전체 27개 저축은행 중 8개가 지난 8월 이후 매달 금리를 인하했다. 한솔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8월 5.6%였던 예금금리를 매달 0.2%포인트씩 낮추고 있으나 추가로 5.0%선까지 낮출 방침이다. 동부저축은행도 8월 초 5.4%였던 예금 금리를 연거푸 내려 현재 4.8%까지 떨어진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 이기헌 조사부장은" 저축은행들은 대개 3~6개월의 기간을 두고 금리를 조정해 왔으나 최근 금리 조정 기간이 급속히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잦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유입 자금은 기록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9월 말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 총액은 전달보다 2390억원 늘어난 31조1819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여신도 전달보다 4957억원 늘어난 27조9343억원에 달했다.

◆ 시중은행 특판예금 통해 올리고=시중은행들은 최근 이례적으로 특판예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출범을 전후로 영업 경쟁이 심해지면서다. 일부 은행은 일반 정기예금보다 최고 1%포인트 이상 높은 고금리 특판상품도 내놨다.

하지만 4%대 중반의 고금리 특판상품은 대부분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판매는 저조한 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예금액의 50%를 주가지수연동예금상품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최고 4.6% 금리를 주는 특판상품을 팔고 있다. 가입 시한은 오는 17일까지다. 씨티은행 관계자는"지수연동상품에 들지 않아도 이번 특판예금은 연 4.4%의 금리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한도 제한 없이 4.3%짜리 특판 예금을 12일까지 팔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특판예금을 5000만원 이상 가입한 고객이 5000만원 이상의 수익증권을 함께 사면 4.5%까지 금리를 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조만간 연리 4% 이상을 주는 특판 예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특판 예금은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부담은 있지만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박리다매'식 영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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