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재미없네" GE 등 잇단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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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8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너럴모터스(GM)의 GECIS 지분 매각 발표 기자회견에서 스콧 베이먼 GE인도법인 최고경영자(오른쪽)가 프라모드 바신 GECIS 최고경영자에게 자료를 전해주고 있다. [사진제공=블룸버그]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아웃소싱(외주)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있다. 당초 기대만큼 수익성이 높지도 않은 데다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인도의 아웃소싱 자회사인 'GE캐피털인터내셔널서비스(GECIS)'의 지분 60%를 미국의 사모펀드 회사에 팔기로 했다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GE는 이날 제너럴애틀란틱파트너스(GAP)와 오크힐캐피털파트너스(OHCP)에 GECIS 주식 60%를 5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E의 이번 지분매각은 아웃소싱기업 매각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아웃소싱은 전산업무 등 기업 내부의 일을 다른 기업에 위탁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GE 인도법인의 스콧 베이먼 최고경영자(CEO)는 "후선지원사업부문에 2만~4만명의 직원을 두는 것이 기술 관련 기업에는 이상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GE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부터 회계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기능을 제공하는 저비용 기지로 인도를 활용해왔다. 1997년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설립한 GECIS는 직원 1만7000여명에 매년 4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당초 보험금 청구를 대신하거나 고객 상담 등 단순 업무에서 출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석.박사급 인력을 보강하고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자료 발굴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GECIS는 현재 인도뿐 아니라 중국.헝가리.멕시코 등에서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웃소싱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GE가 인도 아웃소싱사업부문을 매각함에 따라 인도에 영업지원센터를 설립한 다른 다국적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회사 에이온이 지급청구관리 자회사인'케임브리지 인테그레이티드'를 싱가포르의 스캔던트그룹에 매각했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 에어라인과 피닉스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는 아웃소싱 자회사를 인도 최대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인 타타컨설턴시에 팔았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통제와 보안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도.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아웃소싱 자회사 설립을 고집해 왔다. 이제는 자회사가 아닌 다른 기업도 일정 수준의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익성도 아웃소싱 사업 철수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GE 경영진은 이번 매각 이유를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사업전략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아웃소싱사업의 수익성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콜센터 같은 단순 서비스 분야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의 임금이 크게 올랐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의 소프트웨어 개발 직원은 연간 2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추산되며 인도의 방갈로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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