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憂外患… 구원투수 없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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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원군(援軍)없는 증시(대신)' '시간이 필요한 시장(한화)' '반등 모티브(요인)부재(삼성)' '하락 압력 가중되는 시장(LG)' '가격 논리도 역부족(동원)' '신규 추천종목:없음(대우)' '내빈외환(內賓外患.신한)' ….

19일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일간 보고서(데일리 리포트)의 제목들이다. 비관 일색이다. 진념 경제 부총리가 내수 진작책을 시사했지만 증시는 "그만큼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신호" 로 받아들였다.

증시가 수급 문제에서 서서히 경기침체 등 구조적 문제로 바뀔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수가 너무 빠진다" 며 2천8백억원의 자금 투입을 보류했다. 개미군단이 서서히 발을 빼면서 고객예탁금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또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증시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 5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6%를 밑돌며 채권시장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 허약한 시장=종합지수는 19일 540선을 오르내렸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가 간신히 장을 받쳤다. 외국인들은 현물 시장에서 9거래일 중 하루만 빼고 연일 내다팔아 약 5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거래대금.거래량도 연중 최저치에 접근하고, 고객예탁금은 7조원대로 주저앉았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증시 체력이 약해지면서 실망 매물이 흘러 나와 당분간 큰 폭의 주가 변동을 각오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경기 침체 우려=미국의 인텔 등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3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업 실적에서 장기적인 경기 침체 우려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18일 미 나스닥 지수는 2.47% 떨어진 2016.17을 기록했다.

대우증권 김분도 연구위원은 "경기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개별 기업들의 고백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 며 "당분간 증시가 반등 요인(모멘텀)을 찾기 어렵다" 고 지적했다.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삼성전자는 19일 자사주 매입설이 퍼지며 주가가 5.67% 상승했다. SK텔레콤도 6%이상 올라 20만원선을 회복했다. 증시관계자들은 "이들 블루칩의 주가 급등은 실적 호전이라기보다 기술적 반등이 기대되는 시점에 프로그램 매수가 일어났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 향후 지지선은=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추가 하락해도 지수 500선은 지켜낼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수 500은 올해 두번이나 강력한 반등을 이끌어냈다" 며 "500선에 가까워지면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김연구위원도 "삼성전자 등 블루칩은 그동안 충분한 조정을 받았다" 면서 "하지만 본격적인 상승까지는 에너지 축적이 필요하고,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전환하는 것을 확인한 뒤 시장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철호.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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