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붉은거북이' 생태계 파괴 극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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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북지역이 애완용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한 붉은거북이(일명 청거북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황소개구리에 이은 애물단지로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하천·저수지의 무법자로 활개치고 있다.

16일 전주시에 따르면 2년쯤 전부터 덕진공원 연못에 어른 손바닥 만한 붉은거북이가 나타나기 시작해 지금은 수천 마리나 살고 있다.

또 전주 아중 ·완주 경천 ·정읍 내장 저수지와 도내 일부 하천에도 이들 거북이가 수백∼수천 마리씩 살고 있는 것으로 전북도는 파악하고 있다.

이들 외래종 붉은거북이는 식욕이 왕성해 붕어 ·미꾸라지 ·피라미 ·개구리 등 토종 어류를 닥치는대로 잡아 먹는다.

도 관계자는 “2년전 덕진공원 연못에 그물을 한번 치면 붕어 ·피라미 등이 40여 마리씩 걸려 들었으나 지금은 10여 마리도 안된다”고 밝혔다.

전북대 생물학과 이원구 교수는 “붉은거북이는 토종 거북이보다 식욕이 다섯배 가량 왕성하고 토종 어류까지 잡아 먹어 붕어 등의 서식이 크게 줄었다”며 “번식력도 강한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수지와 하천 등에 붉은거북이가 늘고 있는 것은 가정에서 기르던 것을 마구 버리고 불교 신도들이 이를 많이 방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읍시 등 일선 지자체들은 지난 4월말 초파일을 앞두고 사찰에 붉은 거북이 방생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선 시 ·군들도 붉은거북이 소탕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주시 진승범 공원녹지과장은 “직원들이 보는 족족 망으로 잡고 있으나 개체 수가 너무 많아 소탕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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