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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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성상(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87세.

고인은 1942년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조선은행에 입행하면서 금융계에 첫발을 디뎠다. 50년 한국은행 설립 이후 조사1부장, 런던사무소장, 이사 등으로 일했다. 80년 중소기업은행장, 81년 국제경제연구원장, 82년 산업경제연구원장, 83년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86년 1월부터 88년 3월까지 제16대 한은 총재를 지냈다.

한은은 그를 중앙은행 독립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한다. 86년까지만 해도 재무부가 통화신용정책을 좌지우지했다. 최고 의결기구이던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장도 재무부 장관이 맡았다. 하지만 87년 7월 한은 부산지점 행원 36명이 한은 독립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제도 개선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박 전 총재는 그 해 12월 국회에 출석, “현재의 제도로는 정치권력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남용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한은의 독립을 주장했다. 이런 노력이 당시엔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는 88년 3월 임기를 1년 10개월이나 남겨 놓고 경질됐다. 그가 뿌린 씨앗은 결국 97년 말 한은법 개정으로 일부 결실을 봤다. 그는 은퇴 뒤 인터넷 홈페이지를 의욕적으로 관리하며 금리·환율정책, 외채 문제, 외환위기의 원인과 같은 수준 높은 보고서를 만들어 띄웠다. 유족으로는 성하(삼양감속기 부사장)·명애·명임씨 등 1남2녀.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3일 오전 9시, 장지는 갑산공원. 02-2072-2091~2.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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