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립제작사 지원 방송사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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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외주(外注)편성비율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독립제작사 지원방침에 지상파 방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주 편성비율이란 전체 편성시간 가운데 방송국 외부의 독립제작사가 만든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시간의 비율로, 방송위원회가 해마다 고시한다. 1991년 3%에서 시작해 97년 20%를 넘었고 2003년엔 40%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방송위원회가 외주비율을 높이는 것은 다양하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 권호영(權晧寧)박사는 "방송국이 제작과 편성.유통을 모두 맡으면 매너리즘에 빠져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기 힘들고 수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제작의 저변을 확대하고 경쟁을 불러 일으켜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야 한다" 고 밝혔다.

독립제작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상은 열악하다. 전체 독립제작사 2백13개 가운데 자본금 1억원 미만이 74개사, 3억원 미만이 70개사 등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하나도 납품하지 못한 곳이 96개사, 3개사 미만을 납품한 곳이 47개사다.

또 독립제작사의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방송사가 외주제작에 투자하는 돈은 매출액의 3.3%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김광호(金光浩.매체공학과)교수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독립제작사들이 제작비 산정과 저작권 확보 등에서 지상파 방송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고 밝혔다.

문화관광부는 지상파 방송 중심의 방송 제작구조가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보고 지난달 15일 독립제작사 진흥방안을 내놓았다.

▶방송영상투자조합을 설립, 자금을 지원하고▶지상파 방송사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외주제작물에 투자하도록 하고▶제작비 지급과 저작권 등 측면에서 독립제작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이용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지상파 방송측은 이같은 방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지상파 방송국에 많은 인원과 제작시설이 있는 상황에서 외주제작 비율을 늘리면 인력 삭감이 불가피한데 정부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한국프로듀서연합회 최진용(崔震溶)회장은 "정부 방안은 현실을 외면한, 선후가 뒤바뀐 정책" 이라며 "지상파 방송의 인력이 독립해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다음에 진흥책을 제시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처럼 독립제작사의 제작역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편성비율을 강제하면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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