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동수 "노장은 살아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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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그는 전반기가 마무리되는 이맘 때쯤이면 언제나 들떠 있었다.

'오리 궁둥이' 포수 김동수(33.삼성).

김선수는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수였다. 서울고-한양대 시절엔 줄곧 청소년.국가 대표에 발탁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90년 LG 유니폼을 입자마자 팀을 첫 우승으로 이끌며 그해 신인왕에 올랐다. 그리고 줄곧 안방자리는 그의 독무대였다. 전반기가 끝날 때면 그는 언제나 올스타의 한자리를 차지했고 95년에는 최다 득표까지 얻으며 실력과 인기의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그러나 올시즌 그를 올스타 무대에서 볼 수는 없다. 요즘 그가 뛰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김선수는 99년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삼성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몸값이 당대 최고인 3년 계약에 8억원이었다. 이후 그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안방마님 자리는 후배 진갑용에게 넘겨지는 일이 잦아졌고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올시즌에는 아예 대타 전문 요원으로만 간간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비췄다. 그로서는 은퇴를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해야 할지 갈등과 번민의 나날이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진갑용이 지난달 초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자 그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후배의 공백을 메워주는 '땜방' 역할이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련만 "나도 밑바닥을 경험했다. 아무 욕심이 없다" 며 묵묵히 경기장에 나섰다.

그의 관록은 빛이 났다. 임창용은 "그가 앉으니 한층 편안히 던질 수 있다" 며 김선수의 리드에 만족스러워 했다. 꾸준한 출장으로 타격감까지 살아나 2할에도 못미치던 타율이 어느새 2할6푼대로 치솟았다.

최근 다섯경기에선 13타수 6안타(0.462), 2홈런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칼 립켄 주니어(40.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오래 할 수 있기만을, 팀이 나를 필요로 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

그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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