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일 교과서에 언론국조 묻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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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는 초당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하라. 그러나 다른 중요 현안들이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게 해선 안된다. "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0일 총재단회의에서 이런 이중(二重)주문을 했다. 그는 "일본이 역사적 진실을 거부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다" "이번 문제는 우리의 자존심 문제이자, 미래에 일본의 국가의식이 어디에 있는가를 가름하는 중요한 문제" 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도 "언론사태와 황장엽(黃長燁)씨 방미(訪美)문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 말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의 고민이 드러난 대목" 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한두달간 언론사태와 黃씨문제 등에서의 승부가 올 하반기, 길게는 내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 이라며 "민주당은 이런 쟁점을 희석하기 위해 일본 교과서 문제를 부풀릴 것" 이라고 우려했다.

李총재의 한 측근도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언론탄압' 이란 의견이 50% 이상이었으나 여전히 국민은 지역과 이념에 따라 판단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며 "당력(黨力)을 투입, 빨리 다져놓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가 밀릴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그래서 총재단회의에선 언론사태.黃씨문제.금강산 관광 지원 문제 등 세 가지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 교과서 문제는 '동참(同參)' 수준으로 수위를 정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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