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한국사랑 무참히 깨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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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국하는 아크프나르. [한국일보 제공]

서울대에 유학 와 한국어 박사과정을 수료한 터키 여성이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불친절과 차별이 서운했다"며 10년간의 한국 생활을 접었다.

터키인 술탄 훼라 아크프나르(34.여)는 터키 앙카라 국립대에서 한국어문학을 전공한 뒤 1995년부터 서울대에서 국문학과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의 할아버지와 외삼촌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학비 전액을 지원받는 장학생이었던 아크프나르는 2년 전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훈민정음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준비해왔다. 그의 논문은 내년 상반기에 완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8일 오후 3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31일자로 그의 비자가 만료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로 출입국관리소 분소에 교육부의 장학금 연장 수여서와 지도교수의 의견서를 갖고 찾아가 비자연장을 신청했다.

이에 출입국관리소 측은 외국인 유학생이 학위과정 수료 후 2년 이상은 국내에 머물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출입국관리법을 들어 비자 연장을 거절했다.

그의 논문을 지도한 서울대 L교수에 따르면 아크프나르는 담당 직원들의 차별적 대우 등 그동안 한국에서 겪은 좋지 않은 기억들을 한꺼번에 떠올리곤 출국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L교수는 또 "비자 만료시한을 알면서도 미리 준비하지 않은 아크프나르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크프나르는 이날 공항에서 "10년간 한국사랑이 무참히 깨지는 느낌이다"며 한국을 떠났다. 법무부 측은 "아크프나르에게 다른 유학생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었다"며 "즉시 출국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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