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총리 "30대 그룹 은행소유 조건부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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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대 그룹이라 하더라도 그룹 내 금융업의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은행을 소유.경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30대 그룹이라 하더라도 금융업의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은행 소유를 허용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면서 이를 통해 산업자본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면서 "이 원칙을 관철할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금융전업의 길을 (보다 넓게) 열어줘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陳부총리는 다만 "금융감독시스템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 라고 강조했다. 陳부총리가 30대 그룹의 은행소유와 관련, 이처럼 구체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은행소유지분 한도 상향조정을 포함한 은행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이같은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1998년 ▶은행주식의 1인당 소유한도를 없애고▶지배주주가 된 이후 3년 내에 그룹 전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금융에 투자하면 5대 그룹이라도 은행의 지배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은행법 개정을 추진한 적이 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30대 그룹 가운데 현재 하고 있는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업에 진출할 만한 기업이 있겠느냐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30대 그룹 중 동양그룹이 동양증권과 동양종금.생명보험 등 9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금융업 비중이 가장 크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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