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방' 시순언 회장 "폐지 팔아 운영비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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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성아파트 관리사무소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이색적인 문패가 눈에 들어온다. '어머니방' 과 '아버지방' .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쉼터에 붙인 정겨운 이름들이다.

특히 어머니방은 시순언(73)회장이 폐.휴지를 모아 판 돈으로 살림을 꾸려온 덕에 모범 경로당으로 소문나 있다.

"회비를 내라 하면 할머니들이 발길을 끊기 때문에 회비를 받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신문지.헌책 등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

요즘도 오전 3시면 일어나 수레를 이끌고 단지 안을 도는 시회장은 겨울에 넘어져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가족들한테 "그만두라" 는 핀잔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폐품 수거에 동참하는 할머니가 10명이나 된다. 또 주민들로부터 "신문을 모아뒀으니 가져 가시라" 는 연락이 잇따르고 있다.

2년 전에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단지 내에 할아버지들을 위한 모정을 지어 주기도 했다. 시회장은 "할머니들이 언제든 맘놓고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제일 가는 어머니방으로 꾸미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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