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도입 일단 수용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국내 대표적 경제단체가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도입을 수용하되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대한상공회의소(http://www.korcham.net)는 국내 증권시장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는 것을 전제로 그에 따른 상장.등록업체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 내용에 관해 오는 12일 전문가 세미나를 열어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정부에 보낼 예정이다.

엄기웅(嚴基雄) 대한상의 상무는 "집단소송제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드문 제도이지만, 여야 합의사항이고 국제통화기금(IMF)등도 권고하고 있어 도입은 수용하되 재계의 보완책을 관철하겠다" 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6일 주한 외국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집단소송제 입법 실무반을 구성했으며 올 가을 정기국회에 법안을 상정해 내년 3월 시행하겠다" 고 구체적 도입 시기까지 못박은 바 있다.

대한상의는 이 제도를 수용하되 당초 정부 방침대로 삼성전자 등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에 시행한 뒤 결과를 봐 가며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또 소송 범위를 주가조작.허위공시.분식회계 등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질러 형사 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해 소송 남발을 막도록 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곳은 소액주주와 외국인 지분이 많고 참여연대 등의 투명경영 감시대상이 돼 온 삼성.LG.SK.현대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삼성 관계자는 "집단소송제 도입에 앞서 경영권을 보호하고 경영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장치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 집단소송제란=증권거래법.증권투자신탁업법 등에서 정한 손해배상 사유로 다수의 주주가 피해를 본 경우 대표소송 당사자를 정해 집단 구제하는 제도. 같은 사안으로 많은 사람이 소액의 손해를 봤을 때 한 사람 또는 일부 주주가 이들을 대표해 승소하면 그 혜택을 나눠가질 수 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