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외교 "왜곡 해결없이 무슨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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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과서 왜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9일 오전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간사장 등 일본 연립 여3당의 간사장 일행을 맞은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은 그들이 내민 '아시아 신세기 교류 프로젝트' 제안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정부 중앙청사 외교통상부 장관실을 가득 메운 1백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다.

韓장관은 "우리 국민과 정부 모두 실망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한 중요한 내용은 모두 빠진 검토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면담 요구가 거부된 때문인지 굳은 표정인 간사장 일행은 "명백한 잘못으로 판단된 고대사 관련 두 곳을 빼고 여타 대목은 출판사측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며 "성의있게 대응한 결과"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韓장관은 "인터넷 시대라 세대간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기성세대가 그를 촉진하지는 못하고 거꾸로 가게 장애물을 만들면 되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들에 앞서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 韓장관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우리 국민이 1백% 지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당시 총리와 정리했었다" 며 "한.일관계가 이전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 며 유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악수를 한 뒤 기자들의 환담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외면하다 20여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다음은 청와대 고위 당국자와의 일문일답.

- 일본측 교과서 수정 거부에 대한 입장은.

"착잡하고 슬픈 심정이다. 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에 감사해야 할 일본이 적반하장격으로 21세기가 시작되는 첫 해에 또다시 과거의 침략역사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일본은 이번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뉘우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

- 주일 한국대사 소환, 주한 일본대사 추방 등도 검토할 수 있나.

"여러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

- 남북한 공동보조를 취할 생각은 없나.

"한.일 양국간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남북한 공동보조는 검토할 필요가 없다. "

-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金대통령의 입장은.

"대통령은 교과서 문제를 한.일 양국의 근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엄중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 연립3당의 간사장들을 접견하지 않은 사실 자체에 정부와 대통령의 뜻이 충분히 나타나 있다. "

이영종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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