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노래패 '청보리 사랑' 북한 김정숙 휴양소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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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반만년을 피땀으로 지켜 내었네/이 민족의 자랑스런 생명과 역사/우리는 당당한 땅의 아들 딸…'

전국 유일의 여성 농민 노래패 청보리 사랑(단장 강명희.36)이 1996년에 낸 음반 『통일 농사꾼』의 가사 일부분이다. 주로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노래패가 금강산 공연길에 오른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주최로 17~19일 금강산 김정숙 휴양소에서 열릴 '6.15 공동선언지지 남북 농민대회' 에서 40여분간 공연할 예정이다. 남한의 농민 노래패가 북한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 참가자는 단장 강씨와 도유희(28.정읍시 신태인읍).심영선(39.정읍시 옹동면).윤애경(34.순창군 풍산면).박연희(36.정읍시 덕천면).오은미(37.순창군 구림면)씨 등 여섯 명.

이들은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과 자신들이 취입한 '통일 농사꾼' '농보가 기가 막혀' 등 10여 곡을 부를 계획이다.

오은미씨는 "북한 농민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다는게 꿈만 같아 1주일에 세 번씩 모여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은 농민대회에서 노래로 참가자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청보리 사랑을 94년 4월에 창단했다. 이 노래패는 그 해 5월 경희대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데뷔해 실력을 인정받은 뒤 지금까지 각종 농민행사와 여성대회.통일행사 등에서 1백회 이상 공연했다. 이들이 96, 98년에 각각 낸 음반 1집(14곡)과 2집(11곡)에는 주로 농군의 애환을 노래한 창작곡이 실려 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청보리 사랑은 7일 전북여성단체연합에서 제4회 전북여성운동상을 받았다. 강 단장은 "기량을 갈고 닦아 농촌의 문화예술을 더 풍요롭게 하고 싶다" 며 "단원도 더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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