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주류에 동의보감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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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드라마 '허준' 의 영향인가. 음료.주류 제품에 동의보감 붐이 일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몸에 좋다고 기록된 과일.나무.풀은 대부분 대중 음료의 재료로 쓰인다.

특히 보강.보정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는 약재들은 더욱 인기다. 깨끗하고 부드럽고 몸에도 좋다는 이들 전통 약재의 이미지 때문으로 보인다. 마실 것에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의 관심 덕분이기도 하다. 약재 음료는 비싼 값에 팔린다.

서구에서 동양으로의 회귀다. 먹거리에서 과거로의 되돌림이다. 전통의 되새김이요, 자연과 순수로의 복귀다.

산딸기.오디.더덕.매실.오미자.오리나무.참나무.천문동.산사.국화….

재료로 사용되는 과일.나무도 가지가지다.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들도 소재가 된다. 평소 보고도 지나치던 식물도 재료로 쓰인다. 고서에 약이 된다는 기록이 있는 금도 재료로 사용된다.

벤처기업 한사모는 산딸기 차를 개발.시판 중이다. 산딸기의 옛 이름은 복분자. 동의보감 등에 신장기능강화.피로회복.보정에 좋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복분자는 단지를 엎어 뜨릴 정도로 오줌줄기가 세 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한사모 관계자는 "이 기록을 보고 식품을 개발했다" 고 말했다.

웅진식품의 '초록매실' 은 지난해 매실음료 시장을 연간 3천억원대로 키웠다.

건영식품의 '가야매실농장' 등 많은 매실음료가 뒤따라 나왔다. 매실은 시경.신농본초경 등 중국 고서를 비롯해 우리나라 고서에도 효과 있는 약재로 기록돼 있다. 건영식품은 '오미자농장' 을 시판 중이다. 동의보감에 오미자는 '몸이 약하고 야윈 것을 보하며 정력을 세게 한다. 술독을 풀고 기침이 나면서 숨이 찬 것을 치료한다' 고 기록돼 있다.

그래미의 남종현 회장은 간경화를 앓고 있는 동생을 간호하다 옛 문헌에서 오리나무의 효과를 읽게 됐다.

사용 결과 동생의 병 회복이 빠른 것을 보고 음료 개발에 나서 숙취해소음료 '여명808' 을 만들었다. 덕분에 99년 발명의 날 철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바이오오키 왕성호 사장은 기르는 난에 줄 유기질 비료를 만들면서 옛 문헌을 뒤적이다 참나무 목초액의 효능에 대한 기록을 읽고 음료개발에 나섰다. 동의보감 처방에 따라 쌍화탕에 목초액을 섞어 '목초액 쌍화골드' 를 개발 시판 중이다.

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진로는 동의보감에 근거해 산딸기.오디.산사자.새삼씨 등 열매 약재로 '천국' 을 빚어 판매하고 있다.

국순당은 '약으로 쓰이는 술은 찹쌀과 가장 좋은 누룩으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는 등 기록에 따라 10가지 한약재로 '백세주' 를 빚었다. 두산의 '군주' 는 조선왕조실록에 전하는 왕실비법에 근거해 약초의 군주격인 '천문동' 을 주원료로 빚었다.

두산은 또 금을 넣은 매실주 '설중매 골드' 를 출시하고 있다. 금은 동의보감.본초강목 등에 심신안정.해독.피부정화.신경통에 유효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건위.요통.장출혈 등에 좋은 약재인 장미과의 산사 열매로 '산사춘' 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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