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공장 수출주문 6개월 밀려 1년재 잔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민주노총이 두번째 총파업을 단행한 5일 새벽 수출 한국의 보루인 울산 공단에는 명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었다.

파업 불참을 결정한 현대차 싼타페 공장은 밀려드는 수출 주문으로 밤샘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울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태화강 건너편의 유화단지는 수익악화에 노사분규까지 겹쳐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울산공단의 명과 암을 현지 취재를 통해 조명해본다.

5일 오전 2시, 울산 현대자동차 2공장 싼타페 자동차 조립라인.

밤잠을 잊은 4백50여명의 근로자가 선풍기에 땀을 말려가며 미국.유럽 등으로 수출할 싼타페 조립작업에 여념이 없다.

현대차에서 16년간 근무한 예인해(42) 반장은 "1년 가까이 잔업.특근이 계속되는 것은 싼타페가 처음인 것 같다" 며 "외환위기 이후 수출 주문이 밀려 잔업을 하는 것도 처음" 이라며 이마에 송송 맺힌 땀을 닦는다.

다른 자동차 조립라인은 8시간 2교대로 이뤄지지만 싼타페는 24시간 중 점심.새벽야식 2시간과 조업교대에 따른 2시간 등 4시간을 빼고는 컨베이어가 쉴틈없이 돌아간다. 격주 휴무인 토요일도 없이 일요일 오전 8시까지 철야 특근이 계속된다.

예씨는 "매일 늦어 가족들의 불만이 높지만 잔업.특근수당으로 다른 동료들보다 월급이 30% 이상 많은 데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수출을 위해 밤을 새운다는 보람도 있다" 고 말한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싼타페는 3개월 후인 9월 미국 수출을 시작한 이래 올 상반기에만 미국.유럽에 5만1천2백51대를 수출했다.

밀려드는 수출 주문 때문에 5일 현재 수출 차량은 6개월, 내수는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수출주문만 20만대 이상 받을 것이라며 생산 라인을 독려하고 있다.

싼타페는 미국에서 대당 2만2천~2만5천달러에 팔려 수출차 중 가장 비싼 차종이다. 싼타페는 올해 미국 자동차 전문지와 언론에서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차' '가장 안전한 스포츠레저차량'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싼타페 조립라인 관리를 맡은 의장2부 유인만(38)과장은 "지난달에는 함께 조립하던 트라제를 옆 공장으로 옮기고 이달 초부터 생산량을 시간당 32대에서 40대로 늘려 하루 8백대를 생산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작업을 돕고 있던 박노일(42)기사는 "환란 직후 일이 없어 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일이 밀려 집에 못가니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고 말했다.

울산=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