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가격표시판 내걸어도 '불법' 없애도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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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유소 가격표시판을 철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대전시내 주유업자들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각 구청이 거리정비에 나서면서 주유소 가격표시판이 미관을 해친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제29조)에 따라 1999년부터 주유소마다 유류 판매가를 품목별로 소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장소에 표시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주유소마다 수십만원씩 들여 입간판 형태의 가격표시판을 제작,인도 근처에 설치하고 있다.설치를 하지 않거나 소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할 경우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제10조)에는 이동 가능한 간판 등이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시정명령 뒤 철거토록 돼있다.

대전 대덕구는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도로 가까이 설치된 입간판 형태의 가격표시판 60여건을 적발,철거했다.중구청도 매주 목요일 불법 입간판 단속에 나서 5∼6건씩의 주유소 가격표시판을 수거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주유소들은 “가격표시판을 설치해도 불법이고 안해도 불법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중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정모(45)씨는 “30만원을 들여 설치한 가격표시판을 구청에서 철거해버렸다”며 “행정당국이 일관성 있는 지도를 해야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전시는 “가격표시판에 대한 법 규정이 혼선을 빚는 바람에 주유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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