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판' 목소리…뉴라운드 전략 수정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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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네바(스위스)=홍병기 기자]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국제 교역질서인 뉴라운드 협상을 타결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지역경제의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공동 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쌀시장 조기개방 유예 인정과 반덤핑 조치의 남용 방지 등 한국이 취해온 입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높아진 뉴라운드 타결 전망=1999년 시애틀 각료회의의 실패 이후 뉴라운드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던 미국은 지난달 말 열린 WTO 일반이사회 고위급 특별회의에서 세계 교역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무역자유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뉴라운드 출범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또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EU와 '전략적인 목표' 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혀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또 농업.서비스 분야와 환경.투자.경쟁정책.분쟁해결 절차 개선 분야별로 회원국들이 무리를 지어 자국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WTO는 9월 초까지 뉴라운드 출범과 관련한 합의문 초안을 만들 예정인데, 현지에선 이번에 타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이 주요 국가가 합종연횡하는 흐름 속에 농업 분야 외에 뚜렷한 연대모임을 결성하지 못한 한국이 소외될 경우 쌀 시장 조기개방 유예 등 협상에 일부 차질도 우려된다.

◇ 도전받는 한국=장 마리 메츠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무역국장은 "무역자유화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온다는 점을 명심해 추가적인 시장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 주장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라 2004년까지 전면 개방이 유예된 쌀 시장에 대해서도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한국이 사정이 어렵겠지만 쌀 시장 개방 등 농업 문제에서 보다 균형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고 언급했다.

스튜어트 하빈슨 WTO 일반이사회 의장도 "한국이 주장하는 반덤핑 조항의 개정은 미국의 민감한 국내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 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일부 국가들이 대표적인 농업 분야의 예외규정으로 남아 있는 한국의 쌀 시장 개방 유예조치 철회를 주장하거나 서비스 시장의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면서 "한국의 특수한 입장을 설명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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