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최대 '큰손'은 '불법 조성 사모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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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국 증시를 움직이는 최대의 큰손은 불법적으로 조성된 사모(私募)펀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인민은행 비은행국의 샤빈(夏斌)국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사회과학금융연구센터의 세미나에서 사모펀드 실태 조사 결과 주로 몇개 기업들이 공동 투자해 조성되는 펀드의 규모가 지난달 현재 약 1천1백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인민일보가 3일 보도했다.

이는 시가총액 6천억달러인 중국 증시에서 정부보유 주식 약 4천억달러(60%)를 제외하고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2천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지금까지 중국 증시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6천만명에 달하는 개미투자자라던 상식이 깨진 셈이다.

사모펀드는 선진 금융시장에선 일반화된 투자기법이지만 중국 증권당국은 아직까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샤빈 국장은 "이는 정부가 추산한 3백50억달러를 훨씬 넘는 규모" 라며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개인.사모펀드를 속히 양성화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비은행국은 올 4~6월 중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선전(深□) 등 3대 도시의 약 7천개 증권 투자관련회사를 전화나 방문조사를 해 처음으로 사모펀드의 실체를 밝혀냈다.

조사결과 이들은 ○○투자자문 등의 이름으로 기업을 상대로 사모펀드를 불법 조성, 운영 중이며 대부분 자본금 1백만위안 이하의 영세규모였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를 속히 허용해 주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후 금융시장 개방 때 정부소유 펀드가 받게 될 도전에도 유리하다" 고 지적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사모펀드를 비롯, 모든 개인펀드의 운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정부 소유의 10개 펀드가 1백5억달러 정도를 운용 중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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