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돋보기] 소액 예금계좌 수수료 왜 물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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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은행에 예금하러 갔더니 금액이 적다며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라고 하더라고요.

은행이야 금액에 관계없이 예금을 많이 받으면 이자 수입이 늘어날텐데 무슨 수수료를 받습니까?"

올 초부터 일부 은행에서 소액 예금계좌에 수수료를 물리자 신문사에 이런 독자의 전화가 많이 걸려옵니다. 어떤 분은 은행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한다며 화를 냅니다.

차분하게 은행 입장에서 한번 볼까요. 예금계좌를 유지하는데 전산관리 비용과 점포 유지비, 인건비 등 여러 가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소액 예금은 이 예금으로 은행이 벌 수 있는 이자 수입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은행으로 볼 때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나 할까요.

은행에선 '20대80' 원리를 얘기합니다. 예금과 대출을 많이 쓰는 상위 20%의 고객이 은행에 이익을 주고 나머지 80% 고객은 본전이거나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뜻이죠.

그래서 은행들은 돈이 될 만한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아예 받지 않는 반면 이익을 주지 않는 소액 예금자들에겐 수수료를 물린답니다.

레스토랑에서 비싼 코스 정찬을 먹는 손님과 주스 한잔 먹는 손님을 구별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지요.

은행들은 또 소액 예금자라도 창구가 아닌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경우에는 계좌유지 수수료를 물리지 않습니다. 인터넷 뱅킹이 창구거래보다 비용이 덜 먹히기 때문이지요.

한빛은행 조사에 따르면 예금을 내줄 때 창구를 이용하면 건당 2천81원의 비용이 드는데 비해 인터넷 뱅킹은 39원밖에 안된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액 예금에 계좌유지 수수료를 처음 물린 곳은 제일은행입니다. 제일은행은 보통예금 등 아무 때나 넣고 뺄 수 있는 네 종류 예금의 월평균 잔액이 10만원이 안되면 매달 2천원씩 수수료를 물린답니다.

한빛.국민.서울.한미 등 다른 은행은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평균 잔액이 50만원이 안되는 예금에 대해선 이자를 주지 않습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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