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어쇼 보잉-에어버스 '공중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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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금 파리는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벌이는 불꽃경쟁으로 뜨겁다.

17일 개막한 세계 에어쇼에서 두 항공기 제작사가 차세대 민간항공기를 놓고 한판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두 라이벌의 수주 경쟁은 상호 비방과 장외 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미국.유럽간 자존심 대결로도 비화되는 양상이다.

◇ 가시 돋친 비방전=에어버스의 야심작 'A380기' 는 '나는 특급호텔' 로 불린다. 5백55인승에 카지노.헬스클럽까지 갖추고 승객들의 편의성을 강조한다. 반면 보잉의 '소닉 크루저' 는 초고속을 자랑한다. 1백50~2백50인승의 소닉은 음속에 가까운 속도, 다시 말해 현행 항공기보다 20% 이상 빨리 날 수 있다.

에어버스측은 "소닉 크루저는 연료가 30% 이상 더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에도 좋지 않다" 고 비난했다.

이에 보잉은 "A380기는 초대형 공항에만 이착륙이 가능하다" 며 "승객들은 빠른 속도로 원하는 곳에 내려주는 비행기를 원한다" 고 맞섰다.

◇ 장외 공방도 치열=두 회사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간 현안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하니웰(항공기 부품 제작) 인수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했다. 보잉의 해리 스토네시퍼 부회장은 르몽드지와의 회견에서 "GE의 하니웰 인수에 대해 에어버스가 EU측에 반대 로비를 벌였다" 고 비난했다. 에어버스의 노엘 포기어 최고경영자(CEO)는 "보잉은 거짓말을 유포하고 있다" 고 즉각 대응했다.

◇ 수주에선 에어버스가 실속=에어쇼 개막 후 지금까지 수주실적은 에어버스가 약 42억달러로 아직까지 별 실적을 올리지 못한 보잉에 압승을 거두고 있다.

에어버스는 에어프랑스에 A380기 10대, 미국 항공사인 제트밸류에 A320기 30대를 팔기로 계약했다.

수주실적 공개를 거부한 보잉측은 "에어버스의 차세대 비행기 출시 시점이 2006년으로 우리보다 1~2년 빠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일부 항공사들의 수주가 몰렸을 뿐" 이라며 "에어버스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 라고 말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서울=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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