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 이공계 연구소, 노벨상 꿈나무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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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과학체험 현장에서 한 어린이가 ‘플라스마 볼’에서 번개치는 현상을 관찰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분기당 한 번씩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1일 연구원’ 제도를 운영한다. ‘공초점 레이저 형광현미경’이라는 고성능 현미경으로 동물세포를 직접 관찰하고,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 내 소기관을 직접 염색해 보는 과학체험 코스다. 이 연구소 김수현 박사의 세포막 단백질에 대한 강의도 곁들인다.

노벨과학상 꿈나무를 키워보자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유사한 과학교실이 올 여름방학부터 매년 44개 이공계 공공 연구기관에서 일제히 마련된다. 연간 수용인원은 모두 1만 명 정도. 이공계 공공연구소들이 한꺼번에 이런 운동을 펼치는 건 처음이다. 기존 과학캠프와 다른 건 연구소의 실제 장비를 가지고 연구원들과 함께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콘텐트가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돼 있다. 깊이 있는 과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심화 과정도 마련된다. 종전 견학 수준의 프로그램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다.

참여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생명공학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등으로 주요 이공계 연구소가 빠짐없이 나섰다. 프로그램 개발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맡는다.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대로 내용과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하루, 3박4일, 1주 단위 과정으로 개발된다. 때로는 과학캠프를 연다. 과학창의재단의 김창경(한양대 교수) 창의인재기획단장은 “연구소의 우수한 박사들이 첨단 장비를 동원해 교육에 나선다. 이는 사교육에선 기대하기 힘든 내용으로 공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가령 한국기계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연잎을 모방해 물이 구슬처럼 흘러내리게 하는 필름을 현장에서 손수 만들어볼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라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지진이 한 벽면을 차지할 정도의 큰 화면에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진앙과 지진 규모 등을 계산하는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면서 지진의 주 요인인 지각판 구조론을 배운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서는 자신의 혈액에서 DNA를 추출하고 그 의미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과학체험 과정을 이수한 청소년들에게 연구소는 ‘주니어 닥터’증을 수여한다. 장차 훌륭한 과학자가 돼라는 격려의 뜻이다. 많은 체험과정을 이수하면 그만큼 주니어 닥터증이 많아지고, 진로 개척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단장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인정하는 주니어 닥터증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대학 입학사정관의 눈에 띌 것이다. 미국도 대학입시에서 각종 체험 과정이나 봉사활동을 많이 한 응시자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양대 공공연구그룹인 막스플랑크와 프라운호퍼는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막스플랑크의 경우 2006년 한 해에만 한시적으로 주니어 닥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했으나 청소년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너무 커 계속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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