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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까오리빵즈 (高麗棒子)

중앙일보

입력

우리가 흔히 먹는 쌀과 달리 安南米라는 쌀이 있다. 밥을 해 보면 끈기가 없고 바람에 날릴 듯 푸설푸설하다. 동남아시아 또는 인도에서 쌀을 이용한 요리에 많이 쓰이고 있다. 옛날에는 지금의 베트남(越南)을 안남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베트남사람들이 싫어하여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安南은 베트남이 마치 다른 나라에 의해 평정당한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 모른다.
1920년대 중국을 支那라고도 불리었다. 당시 일본에서 발간된 책자에는 모두 支那로 표기되어 있다. 근대 일본이 중국과 만날 때는 淸國이었다. 그러나 청은 왕조의 이름이고 중국대륙 전체를 부를 이름이 없었다. 중국을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단이라는 의미로 세레스(seres)라고 불렀고 로마에서는 秦과 관련 시나(sina)라고 불렀다. 지금도 학문적으로 중국학을 시노로지지(sinology)로 부른다. 라틴어의 시나가 프랑스에서 신(chine)으로 표기되었다. 옛날 인도에서도 중국을 지나스탄(秦의 땅)으로 불러 漢譯 불경에서도 支那 또는 震旦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라는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 탄생하였음에도 일본에서는 支那라고 계속 불러 1930년대 중국의 국민정부가 외교적으로 支那사용 자제를 요청한 예도 있었다. 일본인들은 중국에 대한 우월감으로 천하의 중심(中)과 최고의 문화(華)를 통해 華夷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中華를 의식적으로 쓰기 싫어 했다고 한다.
高麗棒子라는 말이 있다. 중국 동북지역에 사는 한반도 출신의 사람들이 듣기 싫어한 말이라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高麗(고구려)가 隋 唐의 외침을 받았을 때 정규군은 전선에서 싸우지만 고향 마을 지키기 위해 민간인들이 민병을 조직하였다. 민병은 무기가 없어 단단한 박달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무장하였다고 한다. 침략자들이 고려인의 몽둥이에 모두 겁내어 도망갔다는 이야기다. 高麗棒子를 통해 고려의 이미지가 나빠 중국의 우리 동포들은 고려인보다 오히려 조선인으로 불리우는 것을 선호하였다고 한다.
인근국끼리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서로 부르는 호칭에 차별성이 있는 말이 숨어 있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이웃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려야 할 때가 많다. 이와 같은 차별 호칭에 주의하고 서로를 배려해야 할 것 같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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