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금리 미 TB보다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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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5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TB)보다 낮아졌다. 외평채는 원화 가치 안정 등을 위해 정부가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외평채 금리는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기준이 된다. 따라서 외평채 금리가 낮아지면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이자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일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2008년 만기 외평채에 붙는 가산금리가 5년 만기 TB 금리 기준 -0.02%포인트를 기록했다. 현재 5년 만기 TB 금리가 연 3.31% 수준이므로 외평채 금리는 연 3.29%대인 셈이다.

가산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8년 4월 외평채(10년물)가 발행된 뒤 처음이다. 2008년 만기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발행 당시 3.55%포인트에서 꾸준히 하락했다.

재경부 국제금융과 윤여권 과장은 "외평채 가산금리는 한 나라의 대외신인도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며 "우리나라의 신인도가 좋아져 외평채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현재 국내 은행과 기업이 해외에서 연간 200억달러(약 24조원)를 빌려 쓰는데 이번 외평채 가산금리 하락으로 이들의 이자 부담이 연간 4800만달러(약 576억원)가량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98년 발행한 외평채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외평채를 사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98년 발행된 외평채의 만기가 3년6개월밖에 남지 않은 반면 비교 대상인 TB는 5년 만기이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외평채의 가산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채권 금리는 통상 만기가 짧을수록 낮다.

또 국내에서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이 외평채를 샀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으면서도 안전한 자산이었던 외평채를 많이 사들이는 바람에 외평채 값이 상승(금리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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