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버티기 힘든 경제를 살려내고, 2012년으로 설정한 강성대국 건설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선 지금밖에 때가 없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북한·중국과 밀접한 외교 소식통들은 3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임박설에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김 위원장의 처지는 안팎으로 어렵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을 한 이래 전례 없이 강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단행한 화폐개혁까지 실패로 끝나 경제난은 한층 가중됐다. 자칫하면 ‘2012년 강성대국 건설’ 공약과 3남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이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을 끌어내면서 중국을 대북제재 전선에서 다소나마 이탈시켜 고립을 탈피하려는 의도에서 방중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시기상으로 북한이 처한 상황을 볼 때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있으며, 그가 방중하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 2월 김 위원장의 생일 때 고위관리·장성들에게조차 선물용 ‘물표’를 주지 못했을 만큼 파탄 상태”라며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마저 그렇게 넘길 수 없는 만큼 김 위원장에게 방중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방북했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각종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계속 거부함에 따라 이 약속들이 제대로 실현됐는지는 불투명하다. 김 위원장이 방중하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혀 중국의 대북 지원 이행과 추가지원 약속을 끌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조건만 맞으면 우리도 6자회담에 나갈 의지가 있다”는 식의 원론적 언급에만 그쳐 비핵화 프로세스를 더 정체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찬호 기자
김정일 위원장 집권(1994) 이후 방중 일지
▶1차 방중: 2000년 5월 29~31일 (2박3일)
-1994년 집권 뒤 은둔 6년 만에 국제사회에 처음 모습 보여
-장쩌민 주석과 첫 정상회담. 6·15 남북 정상회담 직전 중국 지도부와 사전 협의 의미도
▶2차 방중: 2001년 1월 15~20일 (5박6일)
-상하이 첨단 산업시설 시찰 후 “상하이가 천지개벽” 언급
-중국 개혁·개방 성과에 ‘큰 충격’ 표명. 이듬해 7·1 경제개혁조치, 9월 신의주 특구 발표
▶3차 방중: 2004년 4월 19~21일 (2박3일)
-후진타오 등 중국의 새 지도부와 회담 및 면담. 2002년 2차 북핵 위기 발발 이래 첫 방중
▶4차 방중: 2006년 1월 10~18일 (8박9일)
-최장 일정. 중국 개혁·개방에 관심 과시하며 남부 경제특구 집중 시찰. 북한 내 강경파 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