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이색모임] 전주 '한솔산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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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여년전 풋풋하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행복한 추억들을 반추하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1981년 전주고교를 졸업한 동기생(58회)들로 구성된 ‘한솔 산우회’.이들은 옛 스승을 모시고 함께 등산을 다니며 사제지간의 정을 오순도순 나눈다.

회원은 추경수(회장 ·한의사) ·김종삼(총무 ·학원장) ·양오봉(교수) ·김종일(교수) ·윤창훈(교수) ·조계선(변호사) ·서창훈(언론인) ·이선우(언론인) ·이성조(직장인) ·김성한(사업) ·김주모(사업) ·이강희(손해보험 사정인) ·송병주(의사)씨와 3학년때 담임을 맡았던 김종현 ·안병렬 ·서재업 ·이희영 선생님 등이다.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3년전.처음에는 서울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 몇명이 관악산에 같이 올랐던 기억을 되살려 “새벽 등산으로 건강을 챙기자”며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입소문이 나면서 선생님들이 동참했다.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6시30분에 모여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을 오른다.

정상인 수왕사(水王寺)까지 갔다 오는 시간은 2시간 남짓.남부시장 콩나물 국밥집에 들러 아침을 먹으면서 모주도 한잔씩 걸친다.

산행길은 자연스럽게 동기들의 안부며 은사들의 근황을 전하는 일종의 복덕방 역할을 한다.또 각자의 전공에 따라 불혹기에 접어든 회원들의 성(性)과 건강 ·자동차 사고 대처 요령 ·생활 법률상식 등에 대한 ‘산상 강의’가 이뤄진다.

때로는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우석대 김두규(독문학)교수와 함께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때 화제가 됐던 모악산의 ‘김일성 시조묘’를 찾아 명당의 풍수지리적 조건 등에 대한 생생한 해설을 들었다.

지난해 선생님들의 잇따른 명퇴식 때는 꽃다발 ·행운의 열쇠 등 선물을 마련해 직접 학교를 찾아가 전달,주위에서 “요즈음 찾아보기 힘든 아름답고 흐뭇한 정경”이라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총무 김씨는 “언제 만나도 반가운 동기 ·선생님들과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게 되면서 서로의 정이 더 두터워지고 새록새록 솟는 느낌”이라며 “앞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가족들도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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