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이제야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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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7차전 1회말 현대 공격 1사 1,3루 상황에서 삼성 투수 전병호가 1루를 견제하는 틈을 타 3루 주자 전준호가 홈스틸에 성공하며 선취점을 올리고 있다. 심한 타격 가뭄을 보여온 두 팀은 이날 모처럼 방망이에 불이 붙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6회말까지 경기가 진행된 오후 9시 현재 6-6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연합]

"사실은 제가 방망이를 좀 나눠줬어요. 이제 잘 맞을 겁니다."

지난 27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삼성의 선동열 수석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개인적으로 200여만원을 들여 새 배트 20자루를 주문해놨는데, 때맞춰 도착했다는 것.

선 코치는 자신이 뛰었던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관계자에게 부탁해 특별히 좋은 배트들로 골라 받았다며 "주전 타자들에게는 2~3자루씩 돌아갔어요. 타자들이 새 기분으로 잘 칠 겁니다"라고 희망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선 코치의 희망은 최소한 6차전까지는 희망으로만 끝났다. 4차전에서 12회까지 안타 4개에 무득점에 그쳐 배영수의 10이닝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무산시킨 삼성 타자들은 5차전에서도 안타 4개를 때리는 데 그쳤다. 지난 28일 6차전에서는 그나마도 1개가 줄어버렸다. 김한수의 기습번트 안타까지 합쳐서 3개였다.

타율이 3할을 넘는 타자는 김한수(0.360)뿐이고, 다른 선수 중에서는 2할을 넘는 선수를 찾기도 힘들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최우수 선수인 멘디 로페즈의 타율은 6차전까지 고작 0.063이었다. 16타수에 단 1안타. 1차전에서 홈런 하나 치고 난 뒤 다섯경기 무안타였다. 침묵하던 삼성의 타선은 29일 7차전에서야 모처럼 살아났다.

현대 역시 6차전까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시리즈 개막 전 타격에서는 현대가 삼성에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3차전에서 24개의 안타를 쳐낸 현대도 4차전에서 10회까지 노히트노런을 당하다가 겨우 박진만의 안타로 체면치레를 했다. 5차전에서 심정수의 4타점으로 회복세를 보이는가 하더니 6차전에서 다시 1개의 안타로 부진했다. 6차전 중 두 차례나 1안타 게임을 한 것이다.

정규시즌 타격 3관왕 클리프 브룸바의 한국시리즈 타율은 0.100. 중심타자인 이숭용도 0.167이고, 팀 내 최고 교타자라는 전준호(0.211)조차 2할을 겨우 넘고 있다.

현대 방망이까지 시들해지는 바람에 양팀이 합쳐 4개의 안타를 친 6차전은 '한국시리즈 최소 안타 경기'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타격전을 기대한 야구팬들은 29일 7차전에서 갈증을 풀긴 했지만 전날까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양팀 선수들 모두 두 차례 무승부를 겪으며 체력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타선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넓은 잠실구장에서 큰 것을 노리기보다 배트를 짧게 잡고 공을 맞히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 오늘의 한국시리즈(8차전, 오후 4시)

현대-삼성(잠실, SB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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