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약효인가…서울 빌딩 매매시장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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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빌딩 매매시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의 매물들이 급속히 회수되고 있으며 호가도 높아지고 있다. 빌딩 업계에서는 부동산투자회사법(REITs)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하반기부터 빌딩 임대를 통한 리츠 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빌딩 매매.임대 전문업체인 BS컨설팅(http://www.bscsk.com) 김상훈 대표는 "요즘 갑작스럽게 빌딩 매수 수요는 늘고 있으나 매물이 귀하다" 며 "잠잠하던 외국인 수요가 다시 움직이는 것 같다" 고 전했다. 자세한 정보는 (http://www.joinsland.com) 참조

수요가 늘자 빌딩주들은 황급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일부는 호가를 높이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H빌딩은 지난해 말 1천억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최근 리츠 관련법이 통과하면서 외국계 회사들의 입질이 잦자 매물을 거둬들였다.

역삼동 K빌딩은 15개층 가운데 5개층을 부분 매각하는 조건으로 나왔으나 최근 회수됐다. 중개 담당자는 "매입 문의가 부쩍 늘자 주인이 매매값을 올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고 말했다.

역삼동 J빌딩(15층, 2천평)은 외국기업인 P사가 지난해 하반기 1백50억원에 사들였다가 최근 1백60억원에 다시 내놨다. 빌딩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네오감정평가법인 조덕근 대표는 "리츠법 시행을 계기로 외국인들의 빌딩 사냥이 다시 시작된 것 같다" 며 "국내 빌딩을 사달라고 의뢰하는 외국회사들이 리츠 투자를 통한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빌딩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챙기고 나가겠다는 의도" 로 풀이했다. 빌딩업계는 리츠가 시행되면 빌딩 임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연 8~10%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남 일대는 임대료가 떨어지고 공실률도 늘어나는 등 빌딩 임대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데도 매매값만 강세를 보이는 이상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오피스월드 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강남지역 임대료는 평당 평균 4백21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0만원 내렸으며 공실률은 1.36%로 지난해 4분기보다 0.71% 증가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이 내놓은 강남구 역삼동 I타워도 최근 외국계 회사가 달라붙으면서 매각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산업 관계자는 "미국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와 벌이고 있는 가격협상이 잘 마무리될 것" 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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