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태국서도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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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태국 파트너인 SAHA그룹 및 SCIB은행과 공동으로 설립한 시암삼성은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적인 정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암상성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태국 보험시장은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됐다. [삼성생명 제공]

보험사가 해외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보험이 내수산업이라이미 현지 기업들이 시장을 잡고 있다 여길 뚫고 들어가려면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뛰어난 상품 경쟁력도 가져야 한다. 삼성생명은 국내 1위 생명보험사지만 해외에서는 거의 무명이다. 단지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계열사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생명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다.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향후 성장 전망이 갈리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글로벌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파트너와의 합작을 통한 현지 법인 설립으로 본격화했다. 국내 생명보험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삼성생명은 현재 중국·태국 2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미국·영국 2개국에 투자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영국의 투자법인은 해외 아웃소싱 투자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100% 출자했다. 중국·태국 법인은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설립했다.

지난 1997년 설립한 태국 합작법인 ‘시암삼성’(자본금 1250만 달러)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적인 정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국 보험시장은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됐다. 태국은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축적한 후 중국 같은 이머징 마켓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25% 지분 참여를 했다. 태국 파트너인 SAHA그룹(50%)과 SCIB은행(25%)이 나머지를 부담했다. 2008년 2월 태국 보험업법 개정으로 외자사 지분 한도가 25%에서 49%로 확대돼 현재 추가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합작법인은 내실 경영을 추구해 사업 개시 8년차인 2005년에 흑자로 전환했다. 2007년에는 한화 274억원, 2009년에는 3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입보험료 신장률도 17%에 이른다.

특히 시암삼성은 97년 이후 설립된 생보사 12곳 가운데 처음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태국 측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금융회사들이 태국 합작법인의 문을 모두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만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2008년에는 텔레마케팅을 신규 판매채널로 론칭해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중장기 성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도 구축했다.

하지만 시암삼성이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주재원과 현지 채용인력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주재원의 현지어 구사 능력이 떨어져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됐다. 현지인 부서장을 채용할 때도 비용절감을 앞세워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주재원이 부서장 역할을 수행했지만 규정을 잘 몰라 혼선이 심했다.

이에 회사는 주재원을 축소하고 현지인 부서장을 채용하는 인력 현지화를 추진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지화는 상품 개발에도 집중됐다. 대표적인 게 교육보험이다. 태국시장 최초로 교육보험을 도입해 상품 현지화에 성공했다.

2005년 7월 출범한 중국 합작법인 ‘중항삼성’도 계획 대비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자본금 6700만 달러의 중항삼성은 중국항공(AIR CHINA)과 50대 50 비율로 투자해 설립했다. 2007년 매출은 5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이 430억원으로 급증했다.

중항삼성은 개인채널 위주에서 벗어나 단체 및 방카슈랑스를 도입해 채널 다각화에 성공했다. 상품도 무배당 보장성 위주에서 탈피해 배당상품 및 투자연계형 상품을 팔아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9년 3월에는 톈진에 분공사를 열어 영업범위를 확대했다. 톈진은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인구가 1100만 명이 넘는 대형 도시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과 가깝고 외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시장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 들어 본사의 해외사업부서도 팀으로 격상시켰다.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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