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질문] 통일·외교·안보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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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주적(主敵)개념을 놓고 장관끼리 답변이 엇갈리는 혼선을 보였다. 여야 의원들은 대북 포용정책과 이를 둘러싼 한.미관계를 놓고 날카롭게 맞섰다.

한나라당은 장관급회담 결렬, 탁구단일팀 실패, 적십자회담 무산, 불투명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들어 "김대중정권 3년의 대북정책이 한계에 달했다" 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자민련은 햇볕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주장했다.

◇ 외교안보팀 혼선〓임동원 통일부장관은 "우리의 주적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는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의 질문에 "지금 한반도는 전환기에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질문은 곤란하다" 며 답변을 피해 갔다.

林장관은 "남북은 적대관계에 있지만 한편으론 화해협력을 통해 이를 해소해 나가는 이중적 접근을 하고 있다" 며 "주적이란 말은 전쟁관계에 있을 때만 쓰는 용어" 라고 말했다.

반면 김동신 국방부장관은 같은 내용을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물어보자 "북한의 군사력이 우리 안보의 가장 커다란 위협이란 현실 인식엔 변함이 없다" 며 "(주적은 북한이라고 했던)조성태(趙成台)전 국방부장관과 상황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고 말했다.

金장관의 답변 도중 林장관이 말을 하려 하자 孟의원은 "국방부장관에게 묻고 있는 것" 이라며 제지한 뒤 "정부의 이런 불분명한 태도 때문에 젊은 장병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고 지적했다.

◇ 대북정책 논란〓한나라당 강인섭 의원은 "정가에는 남북관계를 이용해 정권연장을 꿈꾸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고, 박원홍 의원은 이한동 총리에게 "내년 지방선거.대선 때 대북카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는 없느냐" 고 물었다.

"김정일 위원장 답방 전에 북한군 주요 전력의 후방 재배치, 대량 살상무기 포기 입장 천명, 노동당 규약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 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 김희선 의원은 "이회창 총재의 대북검증론은 우리보다 미국 이익에 적극적인 논리로, 냉전 분위기를 조성해 정권을 잡으려는 李총재의 희망사항" 이라고 비난했다. 자민련 배기선 의원은 "李총재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발언을 기다렸다는 듯 확정되지도 않은 강경론에 동조하는 것은 우려스런 일" 이라고 공격했다.

◇ 대미(對美)외교 공방〓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국가미사일방위(NMD)문제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에 대한 이중적 외교태도로 혼선과 망신을 초래했다" 고 추궁했고, 박원홍 의원은 "경색된 대미 외교를 조속히 복원하라" 고 촉구했다.

그러나 배기선 의원은 "국제 무대의 열등생처럼 뒤만 따라다니는 수동적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 민주당 김기재 의원은 "(미국의)표현.뉘앙스 차이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고 강조했다. 김희선 의원은 "NMD 체제에 대한 섣부른 찬성은 아관파천(俄館播遷)에 버금가는 신미관파천(新美館播遷)" 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민.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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