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체성은 중도 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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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효석 정책연구원장(왼쪽)이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뉴민주당 플랜 환경에너지 분야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1992년 대선 당시 김대중(DJ)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기본전략은 ‘뉴DJ플랜’이었다. 자유시장 경제원칙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대중경제론’을 약간 우경화한 내용이다. 당시 대선에서 DJ는 실패했으나 97년 대선에선 같은 전략으로 좌파 이미지를 바꾸고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92년 DJ 때와 같은 당명의 민주당이 14일 ‘뉴민주당 플랜’을 완성했다. 이 플랜을 작성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정세균 대표와 함께 환경분야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7개 분야에 걸친 민주당의 정책설계도를 마무리했다.

뉴민주당 플랜이 가리키는 방향은 과거의 ‘뉴DJ플랜’과는 다르다.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중도 진보’다”고 말했다. ‘뉴DJ플랜’과는 달리 당의 정체성을 좀 더 진보진영쪽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뉴민주당 플랜은 교육·일자리에서부터 환경분야까지 총 7개 분야로 구성됐다. <표참조> ‘분배’를 중시한 진보적인 정책이 많다. 이 중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약속은 6·2지방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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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그러나 급진적이라는 느낌을 주진 않으려 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사회복지세 신설 ▶비정규직 철폐 ▶교사·공무원 노동3권 완전 보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등을 주장하나 뉴민주당 플랜은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오히려 통일·외교·안보 쪽에선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침묵해 왔다는 지적을 들었다.

민주당의 새로운 전략이 완성되기까진 1년9개월이 걸렸다.

정 대표와 김 원장이 이 작업에 착수한 건 2008년 7월이었다. 이듬해 초순께 나온 뉴민주당 플랜 초안은 당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 원장은 “참여정부와 민주화 세력이 표방한 기본가치는 옳았지만 정책수단이 유효하지 않았다”며 성장정책을 중시하려 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2중대”(추미애 의원), “당의 우경화를 재촉하는 위장술”(이종걸 의원)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10%대 초반이었다.

김 원장은 당내의 다양한 견해를 검토하고 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 일본 민주당의 정책 공약집들과 『새로운 진보의 길』 『성장 친화형 진보』 같은 서적을 두루 연구했다. 그리고 ‘중도진보’ 쪽으로 당의 정체성을 설정했다. 보수쪽으로 외연을 확대하려 하기보다는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을 선택한 셈이다.

강민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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