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제로’ 빌딩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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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산화탄소(CO₂)를 전혀 배출하는 않는 세계 최초의 업무용 빌딩이 국내에 들어선다. 건물 내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냉난방·조명·사무기기에 쓰는 에너지를 100% 자급 자족하는 방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4일 인천 서구의 연구원 내에 연구실·국제회의실·전시홍보실 등으로 사용할 연면적 2500㎡의 2층짜리 ‘기후변화연구동’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15일 착공해 올 11월 완공될 이 연구동은 CO2 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원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외에 가정용이나 주거용 건물 중 ‘CO2 제로’ 건물은 있었지만 업무용 건물에서 이를 실현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공사비 89억원이 투입되는 연구동은 자연채광과 단열 등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줄이는 한편 태양열·지열 등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여기에는 에너지 관련 신기술 66가지가 적용된다. 연구동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일반 가정 70가구에서 쓰는 양과 비슷하다.

우선 에너지 소비의 40%는 벽체·지붕의 철저한 단열과 틈새 없는 3중창, 자연 채광과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적극 활용한 조명 등을 통해 절약한다. 나머지 60%는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해결한다. 전기는 태양광발전에서, 난방에너지는 태양열과 지열 펌프로 얻는다.

과학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연간 100t의 CO2 배출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배기량 2000㏄ 승용차가 서울~부산을 500회 왕복할 때 나오는 CO2의 양과 같다. 하지만 절감되는 예산은 연간 2100만원 가량뿐이어서 건축비 대비 경제성은 떨어진다.

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이재범 연구사는 “당장 경제성은 작지만 태양광 발전 효율이 현재의 14%에서 향후 40%대로 올라가면 경쟁력이 있다”며 “연구동 건설은 최신 에너지 절약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실증하고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무대이자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영국·독일·일본 등지에서는 최첨단 단열 설계로 난방에너지를 10분의 1 이하로 낮춘 ‘패시브 하우스’의 보급도 늘고 있으나 주거용에 국한되고 있다. 층수가 높은 오피스 건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제한이 따르고,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를 어느 정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시도 상암동 노을공원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환경교육관으로 사용할 에너지 제로 하우스를 짓고 있다. 당초 올 10월에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초로 준공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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