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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동숭동 '구시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손님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업소가 있다면 어떨까? 만들어진 음식에 길든 손님 입장에선 '별난 곳' 이다. 물론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먹는 즐거움에다 만드는 재미까지 주는 집으로 받아들이면 묘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구시나라' 가 바로 그런 음식점이다. 각종 야채.고기.해산물로 만든 꼬치를 손님이 즉석에서 튀겨 먹는 곳이다. 튀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튀김옷부터 직접 입혀야 한다. 평소에 요리에 자신있던 사람은 재료가 나오면 "오늘은 내가 요~리~사" 라고 외쳐도 될 만하다. 음식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종업원에게 작은 소리로 "도와줘요" 하면 된다.

꼬치를 계란물에 충분히 담그지 않으면 튀김가루가 골고루 묻지 않아 고른 맛이 안 나고, 너무 오래 튀김기에 넣어두면 타버리고, 너무 빨리 꺼내면 내용물이 익지 않아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평소 먹는 데에만 익숙한 손님들은 손수 묻히고, 튀기고, 건져내야 하니 무척 분주하다. 그러다 보니 손에 계란물이 묻고, 입가에 튀김가루가 붙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음을 쏟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창가 테이블에 앉은 연인들은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다. 남녀 직장동료들끼리 함께 온 테이블에선 능숙한 여직원의 손놀림에 남자직원들이 너나없이 "결혼하면 음식 걱정은 없겠다" 며 농으로 구혼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엄마.아빠와 자녀들이 같이 앉은 테이블에선 자연과목 보충수업이 한창이다. 엄마가 이런 저런 꼬치재료를 들어보이며 아이들에게 "이건 오징어살.이건 표고버섯" 이라고 가르친다. 남편과는 익은 꼬치를 먹으며 어떤 재료인지 알아맞히기 게임도 한다.

야채.육류.해산물 등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구시나라 세트는 모두 16가지 꼬치가 나오는데 값은 1만7천원. 나중에 주먹밥(2개)도 나오므로 두 사람이 먹기 적당하다. 부족하면 원하는 꼬치를 낱개(5백~2천3백원)로 주문하면 된다. 튀김기 기름은 하루에 한번만 교환하기 때문에 신선한 기름을 원하면 점심시간 첫 손님으로 가는 게 요령. 샐러드 바는 셀프서비스인데 무료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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