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쇼!무한탈출' 폐지, 방송사마다 자정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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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최근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이 선정적.가학적이라는 비난이 일자 방송사마다 오락프로 건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몇년 전부터 선정성 논란이 일면 자정결의를 하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다시 선정성 경쟁을 벌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방송가에서는 "이번 자정결의도 선정적인 쇼가 아니냐" 는 자조 섞인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SBS는 28일 성형수술 조장과 지나친 출연자 '학대' 로 문제가 됐던 신설 프로 '쇼!무한탈출' 을 4월 말 프로그램 개편 때 폐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색다른 밤' '뮤직엔터' 도 폐지한다.

SBS는 "폐지된 시간대에는 가족시청에 적합하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 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KBS도 27일 "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테마 쇼 인체여행' 같은 오락프로 6개 중 3개를 봄 개편 때 교체하겠다" 며 "선정.폭력.엽기.가학적 내용을 과감히 추방하겠다" 고 밝혔다.

MBC는 "김중배 사장이 취임한 뒤 프로그램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며 "봄 개편 때 공영성 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정결의는 지난해 8월에도 나왔다.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TV의 선정.폭력성을 장관직을 걸고 시정하겠다" 고 말하기가 무섭게 방송 3사 사장단은 "공익성 강화.선정적 프로 추방" 이라는 자정결의를 했었다.

SBS의 경우 송도균 사장이 "선정적 프로가 가족시청 시간대에 방영된 게 사실" 이라며 "자체심의를 강화해 문제 있는 프로는 방송 전 반드시 수정하라" 는 특별 지휘서신까지 보냈었다. MBC도 드라마.예능.편성국별 회의를 열어 자정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결과는 SBS '쇼! 무한탈출' 의 가학성, MBC '목표달성 토요일' 의 자막공해 등 정반대로 나타났다.

MBC의 한 PD는 "그동안 시청률이 낮아 고민해오던 프로를 없애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 며 "시청률을 올리라고 독려할 때는 언제였느냐" 며 불만을 표시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김태연 간사는 "자정선언은 일단 환영하지만 근본적 개선책 없이 '눈가리고 아웅' 식의 안일한 태도로 선정적 방송과 자정선언을 반복하는 건 문제" 라고 지적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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