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회장 정주영씨 빈소에 나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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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해 '현대사태' 의 주역으로 지목된 뒤 사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익치(李益治.사진)전 현대증권 회장이 25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청운동 자택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족측의 한 사람은 "왜 왔느냐" 고 말해 잠시 어색한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귀국한 그는 25일 영결식에 참석한 뒤 곧 미국으로 다시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안팎에서 현대를 곤경에 빠뜨린 주역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과 관련, "나는 명예회장의 장례식에도 못 올 정도의 나쁜 사람이 아니다" 며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상하다" 고 반박했다.

李전회장은 "내가 몽헌 회장 편에서 몽구 회장의 자동차 소그룹을 뺏는 음모를 꾸며 경영권 분쟁을 야기했다고 하는데, 억울하다" 며 "장자에게 자동차를 떼줘야 한다고 맨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나" 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정몽준(국회의원) 현대중공업 고문도 내게 섭섭해 하는 것으로 아는데, 모두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움직였을 뿐" 이라고 말했다.

李전회장은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랭귀지스쿨에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소문처럼 미국 AIG그룹의 아시아 지사장 자리를 맡거나 대북사업 등 현대와 관련된 일을 하지는 않을 것" 라고 말했다.

김시래.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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