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치] '발칸해법' 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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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발칸반도 마케도니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알바니아계 게릴라들이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정부군이 토벌에 나섰지만 게릴라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유럽연합(EU)은 2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마케도니아 사태를 논의했다. 이번 회담엔 특별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초청됐다.

냉전기간 중 발칸반도는 한동안 잊혀졌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자마자 전쟁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다민족 국가 유고슬라비아가 무대였다. 1991년 이후 유고연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민족간 무력충돌이 잇따랐다.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간 무력충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 세르비아 코소보자치주에서 세르비아군과 알바니아계 무장그룹 사이의 충돌 등이 그것이다. 특히 세르비아의 야만적 '인종청소' 는 국제사회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유고연방 6개 공화국들 가운데 하나였던 마케도니아는 그동안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91년 독립에 이어 93년 유엔에 가입했다. 유엔은 내전 발생을 사전 방지할 목적으로 유엔예방전개부대(UNPREDEP)를 파견했다. 유엔 안보리는 98년 코소보사태가 발생하자 UNPREDEP 증원과 활동기간 연장을 결정하는 등 적극적 예방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마케도니아 인구 2백만명 중 23%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는 다수민족인 슬라브계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 데 대해 항상 불만을 품어왔다. 예를 들어 군.경찰에서 알바니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3%다. 알바니아어는 공용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대학 설립도 불허하고 있다. 알바니아계는 공평한 대우를 헌법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알바니아계 게릴라들은 자신들의 목표가 불평등 시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목표는 발칸반도내 모든 알바니아인 거주지역을 한데 묶어 '대(大)알바니아' 를 건설하는 것이다. 알바니아계 게릴라들은 과거 코소보에서 싸웠으며, 코소보해방군(KLA)의 지원을 받고 있다. 대알바니아는 발칸반도의 안정을 흔들 것이며, 세르비아.그리스.불가리아.알바니아.터키.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개입하는 대규모 국제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발칸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장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다. 나토군으로 구성된 코소보평화유지군(KFOR)은 KLA와 게릴라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마케도니아에 대한 병력 투입은 주저한다.

특히 미국은 가급적 발을 빼려고 한다. 부시 새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지역엔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다. 마케도니아 사태로 발칸반도가 또 한번 폭발하지 않도록 유럽은 물론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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