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나라 김덕룡의원 개헌 화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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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이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지도력을 비판하면서 제기한 '정.부통령제 및 4년 중임제' 개헌론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金의원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적을 포기하면 자연스러운 정계개편도 가능할 것이며,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개헌 협의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22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강연)며 공세적으로 이슈를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은 즉각 화답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25일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이 필요하며, 개정헌법을 차차기 대선부터 적용하기로 하면 야당에도 불리하지 않을 것" 이라는 요지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권의 관계자는 "지난해 6.15 남북 정상회담 직후 개헌추진 문제를 적극 검토했으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접어두었다" 며 "야당쪽에서 먼저 논의가 활성화하면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고 반색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에 대해 "지금은 경제에 집중할 때로 당내에는 어떠한 구체적 노력이나 논의도 없다" 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여권 관계자는 "여권에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야권 내의 개헌논의가 위축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양동(陽動)작전' 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을 자청해 "이회창 총재를 '청산대상' 이라고 말하는 (金의원의)주장에 승복해야 하겠느냐" 며 "제1당에 내분이 있는 듯이 비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 안된다" 고 말했다.

權대변인은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당 모습을 보고 쾌재를 부를 것" 이라며 "개헌론은 李총재의 지도력 약화를 위한 노림수"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덕룡 의원은 당분간 개헌논의 확산에 전력을 다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金의원의 측근은 "金의원은 앞으로 당내는 물론 여권에서 개헌과 보혁구도로의 정계개편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과 힘을 모으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金의원이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 등 획기적 조치가 가시화하면 이같은 흐름이 급류를 탈 수도 있다" 고 주장했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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